되·말·섬: 쌀 한 섬은 얼마나 될까
홉·되·말·섬은 무게가 아니라 부피 단위입니다. 리터 환산값, 쌀로 쳤을 때의 대략적인 무게, '천석꾼'과 '만석꾼'의 규모까지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쌀 한 말', '벼 백 석', '천석꾼' 같은 말에 나오는 단위는 곡식의 무게가 아니라 부피를 잰 것입니다. 곡식을 됫박이나 말박에 담아 양을 쟀기 때문입니다.
부피 단위는 10배씩 커진다
| 단위 | 관계 | 근대 환산 |
|---|---|---|
| 홉(合) | 기본 단위 | 약 180mL |
| 되(升) | 10홉 | 약 1.8L |
| 말(斗) | 10되 | 약 18L |
| 섬·석(石) | 10말 | 약 180L |
근대에 도량형이 통일되면서 1되는 약 1.8L로 정해졌습니다. 그 결과 홉·되·말·섬이 모두 10배 관계가 되어 계산이 쉬워졌습니다. 섬은 한자로 석(石)이라 쓰고, 문서에서는 '○石'으로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쌀로 바꾸면 얼마일까
부피 단위라서 같은 한 말이라도 쌀, 보리, 콩, 벼의 무게가 다릅니다. 도정한 쌀을 기준으로 흔히 쓰는 어림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 쌀 1되 ≈ 1.6kg 안팎
- 쌀 1말 ≈ 8kg 안팎
- 쌀 1섬 ≈ 144kg (오늘날 80kg 가마니로 약 1.8~2가마)
벼(도정 전)는 껍질 때문에 같은 부피에서 무게가 훨씬 가볍고, 도정하면 부피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벼 한 섬'과 '쌀 한 섬'은 전혀 다른 양입니다. 옛 문서를 볼 때는 곡식의 종류와 도정 상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천석꾼과 만석꾼
'천석꾼'은 한 해 수확하는 곡식이 천 섬 정도 되는 부자를, '만석꾼'은 만 섬 정도 되는 큰 부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쌀 한 섬을 약 144kg으로 치면 천 섬은 약 144톤입니다. 다만 이 표현은 정확한 수치라기보다 재산 규모를 나타내는 관용어로 쓰였습니다.
조선 시대의 되는 같았을까
조선에서도 『경국대전』이 되와 말의 크기를 정했지만, 실제로는 관청에서 쓰는 되와 시장에서 쓰는 되의 크기가 달라 분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세금을 거둘 때 큰 되를 쓰는 폐단을 고치려는 논의가 실록에 여러 번 등장합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 문헌의 '한 말'을 근대 환산값인 18L로 그대로 옮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근사치입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표현
-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조금 주고 열 배로 돌려받는다는 뜻입니다.
- 홉들이 소주: 소주 1병(2홉들이)이 약 360mL였던 데서 나온 표현입니다.
- 말술: 한 말(약 18L)이나 되는 술, 곧 술을 아주 많이 마신다는 뜻입니다.
되와 말이 남긴 우리말
부피 단위는 지금도 여러 말 속에 살아 있습니다. '되다'라는 동사와 소리가 같아 생긴 말장난도 있고, '말술' 외에도 '한 됫박' 같은 표현은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섬'은 큰 양을 뜻해 '섬으로 쌓는다'는 말이 재산이 많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옛 문서의 곡식 수량 읽기
조선 후기 토지 매매 문서나 소작 문서에는 '벼 ○석 ○두'처럼 섬과 말이 함께 적힙니다. 1석이 10두(말)이므로 '3석 5두'는 3.5섬입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1석을 15두나 20두로 셈한 관행도 있었다는 연구가 있어, 정확한 해석에는 그 지역의 관행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