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진과 경점: 조선 사람들은 밤과 낮의 시간을 어떻게 셌나
자시·축시로 나눈 낮의 시각, 초경부터 5경까지로 나눈 밤의 시각, 통행금지를 알린 인정과 파루, 일각이 15분이 된 사연까지 옛 시간 체계를 정리했습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하루를 꽤 촘촘하게 나눠 생활했습니다. 조선의 시간 체계는 크게 하루를 12등분한 12시진과, 밤을 따로 나눈 경점(更點)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2시진: 하루를 열둘로
하루 24시간을 2시간씩 나눠 열두 지지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밤중인 23시부터 1시까지가 자시(子時)이고, 그 뒤로 축시, 인시, 묘시 순서로 이어집니다. 정오가 포함된 11시부터 13시까지는 오시(午時)입니다.
각 시진은 다시 앞의 1시간인 초(初)와 뒤의 1시간인 정(正)으로 나뉩니다. 자시의 정이 시작되는 0시가 '자정', 오시의 정이 시작되는 12시가 '정오'입니다. 오늘날에도 쓰는 두 단어가 여기서 왔습니다. '오전(午前)'과 '오후(午後)' 역시 오시를 기준으로 앞과 뒤를 나눈 말입니다.
경점: 밤을 다섯으로
밤 시간은 따로 '경(更)'이라는 단위로 셌습니다. 해가 진 뒤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를 다섯 등분해 초경(1경), 2경, 3경, 4경, 5경으로 부르고, 각 경을 다시 다섯 점(點)으로 나눴습니다. 밤의 길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한 경의 길이도 여름에는 짧고 겨울에는 길었습니다.
| 경 | 대략적인 시각 | 대응 시진 |
|---|---|---|
| 초경(1경) | 저녁 7~9시 | 술시 |
| 2경 | 밤 9~11시 | 해시 |
| 3경 | 밤 11시~새벽 1시 | 자시 |
| 4경 | 새벽 1~3시 | 축시 |
| 5경 | 새벽 3~5시 | 인시 |
위 표는 이해를 돕기 위한 평균적인 대응이고, 실제 경의 시작과 끝은 계절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옛 시에 나오는 '삼경(三更)'은 가장 깊은 한밤중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였습니다.
인정과 파루: 한양의 통행금지
조선의 한양에는 밤 통행금지가 있었습니다. 밤 2경 무렵 종을 28번 쳐서 성문을 닫고 통행을 금지했는데 이를 인정(人定)이라 했고, 새벽 5경 3점 무렵 종을 33번 쳐서 성문을 열고 통행을 허락했는데 이를 파루(罷漏)라 했습니다. 오늘날 보신각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도 이 파루의 전통과 연결되어 설명되곤 합니다. 28번은 하늘의 별자리 28수를, 33번은 불교의 33천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전해집니다.
일각은 몇 분일까
더 짧은 시간 단위로 '각(刻)'이 있었습니다. 조선 전기에는 하루를 100각으로 나눠 1각이 약 14.4분이었고, 조선 후기에 서양 천문학을 반영한 시헌력을 도입하면서 하루를 96각으로 나눠 1각이 정확히 15분이 되었습니다. '일각이 여삼추(一刻如三秋)', 곧 짧은 시간이 세 번의 가을처럼 길게 느껴진다는 말의 일각이 바로 이것입니다.
해시계와 물시계
조선은 이런 시간 체계를 지키기 위해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었습니다. 해시계는 해가 있는 낮에만 쓸 수 있었으므로 밤 시간은 물시계로 재고 종과 북으로 알렸습니다. 자격루는 정해진 시각마다 인형이 종·북·징을 울려 자동으로 시각을 알리는 장치로, 세종 때 장영실 등이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